TV나 게임은 아이의 폭력을 조장한다?

보보 인형 실험

보보 인형은 아래에 무게추가 달려 있어 아무리 넘어뜨려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는 풍선 인형이다. 앨버트 밴듀라는 이 보보 인형을 이용해 흥미 있는 실험을 했다.

 

TV나 게임은 흥미 있는 경험을 우리에게 선사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최근 청소년 범죄가 예전에 비해 잔혹성을 띠는데, 그 원인으로 TV나 게임의 폭력과 살인 장면의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미디어나 게임이 아이의 폭력 행위에 영향을 주는 것일까?

 

그냥 보기만 해도 학습된다

사람은 무언가를 학습할 때 직접 경험하면서 배우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배우기도 한다. 이를 관찰 학습이라고 하는데, 앨버트 밴듀라는 보보 인형 실험이라 불리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 공격 행동에 관한 관찰 학습을 검증했다.

먼저 밴듀라는 관찰 학습이 성립하는 것을 검토하기 위해 4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아이들을 실험군과 대조군, 두 그룹으로 나누고 실험군에게는 어른이 장난감 망치로 보보 인형을 때리는 영상을 보여주었다. 이에 반해 대조군에게는 어른이 놀고 있는 모습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런 다음 두 조건의 아이들을 장난감 방에 들어가게 하고 그 모습을 촬영했다. 그 결과, 실험군의 아이들은 대조군에 비해 눈에 보이게 공격적인 행동을 했다. 이것은 아이들이 폭력 행위를 관찰 학습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폭력 행위의 모방

폭력 행위를 한 모델(어른)이 칭찬받는 모습을 본 아이들(보상군)은 모델(어른)이 질책받는 모습을 본 아이들(벌칙군)보다도 폭력 행위를 많이 했다. 흥미로운 것은 폭력 행위를 한 후에 모델(어른)이 칭찬도 벌칙도 받지 않은 그룹의 아이들(통제군)이 모델(어른)이 칭찬받은 그룹과 같은 정도의 폭력 행위를 보였다는 점이다.

 

칭찬받는 것을 보면 행동이 강화된다

앨버트 밴듀라는 앞의 실험을 더욱 발전시켜 관찰 학습의 대리 강화 영향을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강화란 조작적 조건화에서 바람직한 행동에 대해 기쁜 자극 등의 보상을 주는 것을 말한다. 보상을 주면 그 행동의 빈도는 증가한다(강화된다). 관찰 학습을 말하자면 관찰 대상 인물의 어떤 행위를 하고 그에 대한 보상이 주어져 강화되면 관찰하는 당사자는 간접적으로 강화를 받게 된다. 이것을 대리 강화라고 한다.

두 번째 보보 인형 실험에는 2~5세의 남자아이, 여자아이 각각 40명이 참가했다. 아이들은 어른이 보보 인형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영상을 시청한 후 세 조건으로 나누어졌다. 첫 번째 보상군 아이들에게는 어른이 폭력을 휘두른 후에 다른 어른으로부터 칭찬받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두 번째 벌칙군 아이들에게는 어른이 다른 어른으로부터 야단을 맞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통제군 아이들에게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런 다음 모든 아이를 보보 인형이 있는 다른 방으로 이동하게 하고 거기서 노는 모습을 관찰했다.

그 결과, 폭력을 휘두른 어른이 칭찬받는 영상을 본 보상군의 아이들은 어른이 야단맞는 영상을 본 벌칙군보다도 보보 인형에게 폭력 행위를 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것으로 대리 강화의 영향이 확인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어린이 칭찬도 질책도 받지 않는 모습을 본 통제군 아이들이 칭찬을 받은 보상군과 같은 정도의 폭력 행위를 보였다. 이것은 강화나 대리 강화 없이 그냥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모방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실험에서는 여자아이보다도 남자아이가 보다 많은 폭력 행위를 하는 것을 나타났다.

밴듀라는 실험에서 아이들은 영상을 통해 본 모델(어른)의 행위를 간접적으로 학습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밴듀라는 이와 같은 대리 강화나 관찰 학습에 관한 연구 성과를 근거로해서 독자적으로 사회적 학습 이론을 제창했다. 이런 연구의 영향인지 최근에는 어린아이가 많이 시청하는 프로그램이나 애니메이션에서는 폭력 행위가 업는 내용을 편성하는 경향이 있다.(이케다 히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