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모방 |
아기도 표정을 모방하고, 원숭이 새끼도 표정을 모방한다. 타인에게 공감하는 기능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사람에게 선척적으로 갖추어졌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사람은 어떻게 타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 메커니즘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마음 이론을 연구한 사이먼 바론 코헨은 뭔가 생물적인 기반을 가진 '타인의 마음 검출기' 와 같은 장치가 존재할 것으로 생각했다. 바론 코헨이 생각한 장치 일부를 담당할지도 모르는 것이 뉴런이다. 그리고 신생아 모방(공명 동작)이라고 불리는 현상은 이것이 신생아기에서 시작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누구에게 배우는 것이 아니다
신생아 모방을 알 수 있는 예로는 표정 모방이 있다. 아기는 자신과 마주치는 어른의 표정을 주목한다. 어른이 혀를 내밀면 자신도 혀를 내밀고, 어른이 입을 벌리면 자신도 입을 벌린다. 찌푸린 얼굴을 하면 자신도 찌푸린 얼굴을 보여준다.
이런 현상을 생후 1개월 정도부터 나타나는데, 이윽고 의도적인 모방을 하게 되면서 없어진다. 누구에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타인에게 공감하는 장치를 마음에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장치는 인류뿐 아니라 원숭이에게서도 볼 수 있다. 검정짧은꼬리원숭이의 새끼를 어른이 안고 마주 보며 어른이 혀를 내밀면 새끼 원숭이도 마찬가지로 혀를 내민다. 이와 같은 현상은 침팬지에게서도 확인되고 있다. 어쩌면 이 장치가 유인원이 사회성을 갖추는 과정 중 비교적 빠른 단계에서 획득된 것인지도 모른다.
아기는 기쁨과 슬픔, 놀람의 표정을 재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알려져 있다. 이것은 단순히 표정을 흉내 낼 뿐 아니라 타인이 경험하려고 하는, 혹은 경험하고 있을 내용을 선취적으로 자기 자신의 경험처럼 느끼는 것, 즉 공감이 행해지고 있을 가능성도 시사한다.
아기의 공감
아기의 공감에 대해 일본에서는 야스다 마사토(保田正人)라는 발달심리학자가 소개한 레몬을 이용한 실험이 잘 알려져 있다. 여기서는 야스다 마사토의 에피소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홋카이도대학 가와다 마나부 교수가 행한 실험을 소개한다. 가와다 교수는 14명의 아기(생후 5~7개월)를 대상으로 실험을 시행했다. 먼저 어른이 아기의 주의를 끌면서 레몬을 입에 무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어른은 실제로 레몬을 입에 물고 있지만 표정은 포커페이스(개인의 심정이 드러나 있지 않은 얼굴)로 일관했다. 즉 표정의 모방을 할 수 없다.
아기의 반응응 어땠을까? 아기 7명은 사전에 레몬을 입에 물고 새콤한 표정을 지은 경험을 갖고 있었다. 이 아기 중 3명은 얼굴을 찌푸리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레몬을 입에 문 경험을 하지 않은 7명의 아기에게는 이와 같은 반응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레몬이 새콤하다는 경험을 하지 않으면 눈앞의 어른의 표정과 상관없이 징그린 표정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얼굴을 찌푸린 3명의 아기는 레몬은 새콤하니까 입에 물고 있는 어른은 새콤한 게 틀림없다는 연상을 이미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실증하려면 더 많은 실험을 해야하지만 이 가능성 자체는 부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생후 얼마 되지 않은 유아가 어른이 말을 거는 리듬에 맞춰 사지를 동기시켜 움직이는 동조(entrainment)라고 부르는 현상이 확인되고 있어 뭔가 공감으로 이어지는 생득적인(=선천적인) 장치가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공감 체험에 감정적인 충족감이 수반된다는 것도 시사하고 있다.
신생아 모방은 사람이 사회 속에서 진화한 사회적 존재라는 것, 즉 사람이 사회를 만든 것이 아니라 사회에 의해 사회를 만들 수 있게 진화된 존재라는 것을 시사하는 현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스기야마 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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