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을 매단다' 는 말이 있다. 말이 제일 좋아하는 당근을 입에 닿을 듯 말 듯 코끝에 매달아 놓고 말의 의욕을 돋우면서 전력질주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의욕이 없는 사람에게 상을 줌으로써 분발하게 하는 비유로 흔히 쓰인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는 의욕이 없는 사람을 분발하게 할 때에 외발적 동기부여가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내발적 동기부여가 높은 사람에게 외적인 보상을 주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공부에 흥미를 갖고 의욕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아이에게 부모가 시험 성적이 좋은 데 대한 상으로 장난감을 사주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아이의 모티베이션은 더욱 높아질까? 아니면 낮아질까?
소마 퍼즐 |
7종류의 퍼즐을 조합해 지시받은 모양을 만드는 퍼즐이다.
내발적 동기부여가 낮아질 때
이 문제에 답한 사람이 모티베이션 연구의 일인자인 에드워드 데시(Edward Deci)이다. 데시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소마라는 퍼즐 게임을 이용해 실험을 했다. 맨 처음 제1 섹션에서는 실험에 참가한 모든 대학생에게 퍼즐에 몰두하게 했다. 다음의 제2 섹션에서는 대학생을 2그룹으로 나누고, 한쪽 그룹에는 퍼즐을 풀면 1달러의 보상을 제시하고(실험군), 또 다른 그룹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고 계속해서 퍼즐을 풀게 했다(통제군). 마지막 제3 섹션에서는 두 그룹 모두 보상 없이 퍼즐에 몰두하게 했다.
이 연구에서는 섹션 후의 휴식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내발적 동기부여를 측정하려고 했다. 휴식 시간이라도 소마에 몰두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발적 동기부여가 높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서 두 그룹에게 다른 점이 발견되었다.
실험 결과, 제 1섹션 후의 휴식 시간 동안 실험군과 통제군 사이에 퍼즐을 푼 시간은 크게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보상이 부여된 실험군은 제2 섹션 후 휴식 시간에도 퍼즐에 몰두한 시간이 길어졌으나 제3 섹션 후에는 몰두한 시간이 극단적으로 감소했다. 한편 보상이 부여되지 않은 통제군은 퍼즐에 몰두한 시간이 유지되었다. 이것은 내발적 동기부여에 근거한 행동에 대해 보상이 주어지면 반대로 내발적 동기부여가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언더마이닝(undermining) 효과라고 한다. 실험군은 처음에는 휴식 시간에도 자발적으로 퍼즐에 몰두했으나 보상이 주어진다는 것을 알고 행동의 목적이 보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안 순간 동기부여가 낮아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내발적 동기부여에 대한 보상의 효과 |
실험군은 보상을 약속한 제 2섹션 후에는 자발적으로 퍼즐에 몰두하는 시간이 길어졌으나 제3 섹션 후에는 제1 섹션 후보다 짧아졌다.
중요한 것은 내면화 과정
그러나 보상이 항상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사실 보상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보상을 주는 것이 받는 사람에게 자신의 달성도나 성장을 나타내는 메시지가 되는 정보적 측면의 의미다. 또 하나는 보상을 주거나 주지 않는 것이 받는 사람에게 자신의 행동이 제어받는, 혹은 보상에 의해 자신이 통제받는다고 받아들이는 제어적 측면의 의미다. 이 측면이 강하면 억지로 하게 되는 느낌이 생겨 동기부여가 낮아진다.
현실적으로는 항상 내발적 동기부여만으로 사람의 의욕이 유지되지는 않는다. 특히 외발적 동기부여가 계기가 되어 뭔가에 몰두하기 시작하는 일도 적지 않다. 처음에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하기 시작한 일에 재미를 붙이는 경우도 있고, 부모에게 인정받기 위해 공부를 하다 차츰 공부의 재미를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를 생각하면 결코 두 모티베이션을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에드워드 데시는 내발적 동기부여의 이론을 더욱 발전시켜 자기 결정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기존 모티베이션 연구에서는 내발적 동기부여와 외발적 동기부여를 상반하는 개념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자기 결정 이론에서는 외발적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행동이라도 내면화 과정을 통해 자율적인 내발적 동기부여로 현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케다 히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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