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핸디캐핑 |
과제 종료 후 거짓 피드백을 주어서 자신의 능력과 과제 결과를 연결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면 실험 참가자는 자기 능력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에 다음 과제에서는 자신에게 불리한 선택을 한다.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을 대비해서 그것을 합리화하기 위한 핑곗거리를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다.
사람은 불합리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특히 자기 스스로 발목 잡는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취하기도 한다.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미리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만드는 이 같은 일은 사회적은 자살행위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몇 가지 조건이 겹치면 이와 같은 행동으로 이끌리는 듯하다. 미국의 심리학자 스티븐 버글래스와 에드워드 존스는 1989년에 다음과 같은 실험 결과를 보고했다.
자신이 없으면 일부러 실패한다
두 사람은 '집중력에 영향을 주는 약의 효과를 검증한다' 는 거짓 명목으로 실험 참가자를 모집한 후 그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참가자에게는 약을 먹기 전후에 과제를 내주고 아주 어렵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실제 한 그룹에는 거의 답이 없는(주관적 어려움이 높은) 설문으로 구성된 과제를 주고, 다른 그룹에는 답이 명확한 쉬운 설문이 대부분인 과제를 주었다. 답이 없는 과제가 주어진 그룹은 '이런 건 못 한다' 는 무력감을, 쉬운 과제가 주어진 그룹은 '어렵다더니 의뢰로 쉽다' 고 느낄 만한 것이었다.
그리고 과제의 성적을 피드백해 주었는데, 답이 없는 과제 그룹에게는 거짓 피드백을 해 주었다. 실제 점수오 상관없이 80%의 정답률이라고 알려주었다. 즉, '어떻게 80%나 되지?' 라며 결과와 자신의 능력을 연결시키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 좋은 성적을 냈지만 능력에 자신을 갖지 않도록 한 것이다. 한편 쉬운 과제가 주어진 그룹에게는 실제 성적을 피드백해주어 자신의 능력으로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 후 약을 복용하고 다음 과제를 풀게 했는데, 여기서 약은 3종류를 준비했다. 집중력을 높여주는 약과 집중력을 방해하는 약, 집중력과 관계없는 약이다. 참가자들에게는 이 약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했다. 다음 과제에 들어가기 전에 그들은 어떤 약을 선택했을까?
결과는 능력에 자신을 갖지 못한 그룹은 약 60%가 집중력을 방해하는 약을 선택했는데, 이것은 쉬운 과제가 주어진 그룹보다도 훨씬 많았다. 버글래스와 존스는 두 번째 실험에서는 답이 없는 과제가 주어진 그룹에는 성적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자 집중력을 방해하는 약을 선택하는 참가자가 약 10% 격감했다. 여기서 집중력을 방해하는 약을 선택한 이유는 '왠지 모르지만 높은 평가를 받은 것', 즉 '실력으로 성공할 자신이 없었던 것' 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집중력을 방해하는 약이라고 고지한 약을 선택한 참가자는 자신의 성적이 내려갈 것을 알고 선택한 셈이다(실제로는 그런 효과가 없는 약이지만). 요컨대 일부러 자신에게 불리한 선택을 한 것이다. 이런 행위를 셀프핸디캐핑(self-handi capping)이라고 한다.
이 선택을 이해하는 포인트는 현재 상황에서는 나쁘지 않은 입장(실험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에 있다는 것과,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사람은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고 본다. 자존심은 특히 남성에게는 능력과 연결되기 쉽다. 능력은 성과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므로 성공하면 자존심을 지킬 수 있지만, 실패하면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이 없을 때는 자기 스스로 실패 확률을 높여 실제로 실패했을 때의 핑곗거리를 만든다. 그럴듯한 핑곗거리가 있으면 설령 성공하지 못했다 해도 '불리한 상황이었다' 나에게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라는 말로 자존심을 지킬 수가 있다. 성공했다면 '불리한 조건임에도 성공했다. 나는 역시 뛰어난 존재다!" 라고 한층 더 자존심을 높일 수가 있다. 그러니까 셀프핸디캐핑을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한다면 나쁠 것은 없다.
셀프핸디캐핑의 부정적 측면 |
셀프핸드캐핑을 너무 많이 이용하면 실패 원인과 정면으로 맞서기 어려워 실패를 반복하기 쉽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결과를 낼 수 있어야 자존심이 높아진다.
자기 스스로 거는 제약
하지만 언제까지나 셀프핸디캐핑에 자존심을 걸 수는 없다. 웬만한 실력자가 아니라면 실패의 연속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연구에서 셀프핸디캐핑이 많은 사람은 성공 확률이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가 무능하기 때문이다' 라고 실패에 정면으로 맞서면 자존심이 상할 뿐 아니라 기가 죽어 의욕을 잃기 쉽다. 따라서 때로는 셀프핸디캐핑도 필요하다. 하지만 과도하게 사용하면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발견할 기회, 즉 성장할 기회나 노력할 기회를 잃어버린다. 셀프핸디캐핑을 하지 않는 사람과의 차이는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의욕을 유지한 채로 자신의 부족한 부분과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부족한 부분을 극복하면 정말로 성공할 수 있다' 고 믿고, 셀프핸디캐핑이 없는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는 일도 필요하다. (스기야마 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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