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에게 요구되는 것

성도태

성도태에 의해 동성 간의 경쟁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특징이 진화하거나(예를 들면 사슴의 뿔), 이성을 끄는 데 유리한 특징이 진화한다(예를 들면 공작의 날개).

 

번식 기회에 기인하는 도태를 성도태라고 하는데, 자연도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각종 개체 간의 형태나 행동의 차이(한쪽 성에만 나타나는 특징)를 설명하기 위해 찰스 다윈이 제창했다.

유성생식 생물은 정자를 갖는 수컷과 난자를 갖는 암컷이 만남으로써 번식한다. 하지만 난자는 정자에 비해 생성에 걸리는 투자량이 많고 생성 수에 제한이 있다. 반면 정자는 투자량이 적고 수도 많이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암컷은 보다 생존과 번식에 뛰어난 수컷을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적응도를 높이려고 하고, 수컷은 가능하면 많은 암컷과 만남으로써 자신의 적응도를 높이려고 한다. 이와 같은 투자량에 기인하는 번식 전략의 차이에서 일반적으로 성도태는 수컷에 생기기 쉽다.

 

수컷끼리의 경쟁, 수컷과 암컷의 대립

성도태에는 크게 나눠 두 종류가 있다. 동성 간의 경쟁에 유리한 특징이 진화하는 동성 간 도태(예를 들면 번식기의 말코손바닥사슴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란 뿔)와 이성이 좋아할 만한 특징이 진화하는 이성 간 도태(예를 들면 공작의 선명한 날개와 구애 춤)가 있다. 이와 같은 특징은 성적 매력이라 불리며 개체의 번식 기회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작용 메커니즘으로는 외견적인 성적 매력이 유전자의 우량 지표가 된다고 가정하는 우량 유전자설(핸디캡 원리, 패러사이트 모델)과, 그것이 이성의 선호 상승효과에 의해 극단화되었다고 가정하는 러너웨이설이 대표적이다. 성적 매력을 단서로 보다 배우자로서의 자질을 가진 이성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번식 전략의 차이는 수컷과 암컷 사이에도 대립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것을 성적 대립이라고 한다. 예컨대 콩바구미의 경우, 수컷의 성기에는 가시가 있다. 이것은 교미 중에 수컷이 정자를 암컷의 태내에 안정적으로 보내는 데 적합하지만, 당연히 암컷의 몸에는 커다란 손상을 주기 때문에 적응도도 떨어진다. 이 때문에 암컷은 교미 중에 수컷을 흔들어 떨어뜨려 교미 시간을 단축함으로써 손상을 줄이려는 저항 행동을 진화시켜간다.

이와 같이 서로가 자신의 적응도를 확보하기 위해 진화하는 것을 잠수함과 그것을 잡는 전투기의 관계에 비유해 '진화적 군비 확장 경쟁(Evolutionary Arms Race)' 이라고도 부른다. 급격한 진화나 종 분화를 일으키는 원동력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상대의 어떤 점이 매력적인가

여성은 남성에게 양육 자원의 제공 능력을, 남성은 여성에게 젊음과 건강 같은 생식 능력을 원한다. 이와 같은 경향도 진화심리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남자와 여자의 라이프스타일

그렇다면 사람에게는 어떤 성도태가 작동하는 것일까? 사람도 난자와 정자에 의한 유성생식을 하기 때문에 배우자에 대한 투자량은 여성 쪽이 많고, 이와 더불어 임신과 출산, 수유 등 자녀 양육에 투자하는 양도 압도적으로 여성 쪽이 많다. 하지만 다른 포유류와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 사람을 20만 년 이상 전부터 공동체를 이루어 분업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이 목숨을 걸고 출산하지만, 남성도 위험한 땅에서 수렵이라는 형태로 양육 자원을 투자한다. 인간이 이족 보행을 하게 되면서 출산의 고통이 심해지고, 사실상 혼자서 자녀를 낳아 양육하기가 불가능한 여성에게 남성의 투자는 필요 불가결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생활양식은 사람의 진화 역사상 크게 변하는 일없이 여성은 남성의 경제력과 협력 같은 양육 자원의 제공 능력을, 남성은 여성의 젊음이나 건강성이라는 생식 능력을 배우자에게 원하도록 진화해 왔다. 즉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선택하고 동시에 이를 둘러싼 경쟁을 하는 생물이다.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는 세계 37개 문화권을 통해 이 경향이 있음을 밝혔다.

이와 같이 사람이 진화해온 과정을 더듬어보면 누군가를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우리의 마음도 진화에 기인하는 생물학적 기반에 의해 형성되었음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사야마 나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