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이나 주방에 있다가 한쪽 구석에서 굼실굼실 움직이는 벌레를 알아차리고 놀랄 때가 있다. 산을 올라가다 거미나 곰이 시야에 들어왔을 때도 불시에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어떤 정보를 토대로 동물을 인식하는 걸까? 그리고 동물에 대한 놀라움을 나타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주관적 체험으로서는 모두 순간이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일까? 동물의 영상을 사람에게 보여주는 행동 실험이나 뇌파 계측을 통해 이와 같은 문제를 객관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바이오로지컬 모티베이션 |
인간의 손과 발의 관절에 붙인 광점을 어둠 속에서 촬영한 다음 장시간 노출한 상태에서 그 궤적만 보면 인간이라는 것을 알 수 없다. 그러나 움직임을 갖는 영상으로 재생하면 걷는 인간의 선명한 인상을 얻을 수 있다.
특징적인 움직임을 구별한다
벌레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벌레에 대한 느낌이 6번째 감각, 즉 육감처럼 생각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 느낌의 배경에는 어떤 구조가 있는 걸까? 육감 같은 특수 능력이 아니라 우리의 시각이 동물을 재빨리 효율적으로 발견하는 구조라는 것이 연구에 의해 밝혀졌다.
동물을 발견하는 단서 중 하나는 독특하게 움직이는 동물의 패턴에 있다. 인간이나 포유류 등의 동물이 이동할 때에는 동물의 종류나 행동의 종류에 따라 특징적인 움직임의 패턴이 생긴다. 우리는 어느 정도 움직임의 패턴을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까? 움직임에 주목할 경우, 동물의 모양 자체가 종류를 식별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웁살라대학 군나르 요한슨이 1973년 보고한 연구에서는 형태의 단서를 배제하기 위해 교묘한 절차로 실험했다. 인간의 손과 발의 관절에 붙인 광점을 어둠 속에서 촬영한 수 그 영상을 실험 참가자에게 보여 움직임의 종류를 식별할 수 있는지 조사한 것이다. 수십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이 실험을 통해 10개에서 12개 정도의 광점을 이용하기만 해도 걷고 있는지, 달리고 있는지, 춤을 추고 있는지를 식별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시각 영상에 바이오로지컬 모션이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많은 후속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 연구로 바이오로지컬 모션을 토대로 한 인식은 4~6개월의 영아도 가능하며, 송사리도 동료의 바이오로지컬 모션을 인식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바이오로지컬 모션을 식별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1초 이하였다.
동물의 고속 검출 메커니즘 |
동물이 포함된 영상과 동물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영상을 0.02초 보여준다면 당신은 거기에 동물이 포함되어 있는지 즉시 판단할 수 있을까?
형태도 고속으로 식별한다
바이오로지컬 모션은 인간이나 동물의 영상에서 움직이는 모습만을 추출 가공한 영상이다. 바이오로지컬 모션과는 반대로 움직임이 없는 정지 그림일 경우, 즉 형태만을 단서로 이용할 수 있는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속도로 동물을 발견할 수가 있을까? 인지신경과학자 사이먼 소프가 1996년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동물을 포함한 장면과 포함하지 않은 장면의 정지영상을 0.02초 제시하고 동물이 있는 경우에는 즉시 반응하고록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연구에서는 뇌파도 측정해 어느 정도 시간 내에 신경 활동이 생기는지 조사했다. 그리고 영상이 제시되고 나서 0.15초 이내에 동물이 있는지 없는지 시각적 처리가 완료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것을 놀랄 만한 결과이다. 왜냐하면 실험 참가자에게는 영상 속 어디에서 어떤 종류의 동물이 나오는지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각 정보는 뭐든 이용해서 아주 빠른 속도로 동물인지 아닌지를 식별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미쓰도 히로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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