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기억이 재구성 되는 전언게임

by 쪼꼬히메 2022. 6. 3.
반응형

전언 게임이란 게 있다. 직접 이 게임을 해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간단한 이야기를 다음 사람에게 전해 가다 보면 원래 이야기는 전혀 남지 않을 정도로 내용이 변해가는 것을 즐기는 게임이다. 이것은 우리가 이야기를 그대로 기억해 정확하게 재현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록된 데이터를 언제든 재현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록된 데이터를 언제든 재현할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나 MP3 플레이어와는 다르다. 우리는 이야기 속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있으면 그것을 생략하거나 다른 것으로 바꾸거나 한다. 그리고 복잡한 것은 단순하게 만들고, 이야기 줄거리는 보다 조리 있게 바꾼다. 기억한 이야기를 다음 사람에게 전할 때는 이와 같은 무의식적인 수정이 더해지면서 기억이 재구성된다.

 

의미를 구하는 노력

인지심리학의 선구자로 알려진, 케임브리지대학의 프레드릭 바틀렛 교수는 이와 같은 기억의 성질을 '유령들의 전쟁' 이라는 북아메리카 민화를 이용한 실험에서 밝혔다. 실험 참가자는 영국의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이야기에는 그들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고유명사나 언어가 등장하고 줄거리도 예측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기억 테스트는 기간을 두고 몇 번이나 기억 내용을 보고하게 하는 반복 재생법을 이용함으로써 바틀렛은 기억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파악하려고 했다. 그 결과, 고유명사와 숫자는 탈락하고(단순화),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짧고 잘 이어지는 것으로 바뀌어간다(합리화)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전언 게임 형식에 의한 실험(계열 재생법이라고 한다)에서도 같은 현상을 볼 수 있었다.

바틀렛은 이들 결과를 실험 참가자가 기억 재료에 대해 '의미를 구하는 노력' 을 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우리는 언뜻 보기에 무의미하게 생각되는 것이라도 거기에서 뭔가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이때 자신의 지식이나 기대, 태도 등의 인지적인 틀, 즉 스키마가 영향을 주며, 그 후의 상기 내용이 방향을 잡아간다. 바틀렛은 특별한 의미가 없는 다양한 형태의 잉크 얼룩을 실험 참가자에게 보여주고 다양한 반응을 얻었다.

 

기억이 생생한 모습

바틀렛은 느긋하게 실험을 진행했다. 맨 처음에는 15분 후에 '유령들의 전쟁' 을 반복 재생했다. 그러나 그 후에는 특별한 시간 간격을 설정하지 않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실시했다. 10년 후에 상기를 행한 실험 참가자도 있었다. 이것은 헤르만 에빙하우스로 시작되는 실험실 연구와는 대조적이다. 그 유명한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은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정보가 기억에서 망각되는지를 보인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의 기억 용량, 보유 가능한 기간, 기억 재료의 게시 순이나 시간 효과 등을 순수하게 조사하고 싶다면 기억 재료는 어떤 사람에게도 등질인 것이 바람직하다. 사람에 따라 기억 재료가 달라서는 실험 결과에서 신뢰성이 높은 법칙을 끌어내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에빙하우스는 기억 재료로서 무의미 음절을 고안했고, 다른 실험 조건도 엄밀하게 통제했다.

그런데 바틀렛은 그와 같이 통제된 상황이 아니라 가능하면 자연스런 상황에서 기억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후 인지심리학의 전성기에 생태학적 타당성으로서 중요시하게 된 생각을 선취했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유령들의 전쟁' 처럼 의미가 있는 기억 재료를 이용하는 것을 에빙하우스는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바틀렛은 우리의 일상에서 기억의 작용에 관여할 만한 요인을 제외시키지 않고 기억의 생생한 모습을 제대로 파악했다. 생태학적 타당성이 높은 연구는 일반화가 어렵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그의 연구는 널리 적용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해 기억을 이해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우치노 야시오)

 

반응형

댓글